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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ook Review/01. 고전 및 인문

안중근, 서른 한살의 청춘을 말하다 - 김훈의 하얼빈

by 스티브 다 빈치 2022. 9. 6.

이순신, 류성룡, 김구를 이은 네번째 인물알기 시리즈로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이다.

서른 한살에 가족을 가볍게 하고, 오직 나라잃은 망국의 한을 세계에 알리려는 안응칠 님의 행동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감옥과 법정에서의 그의 의지를 묘사하는 내용이다.

사격을 많이 해 본 나에게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힘을 빼고, 숨을 멈춘 후 조종선에 타격을 살포시 얹혀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고정되어 있지 않는 타켓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그럴 일이 없었다!!! 동물을 사냥하거나, 사람을 죽일 일이 있지 않았기에!

동료 의사인 우덕순과의 대화속에서 이토를 죽이려는데 사용할 총알 세발은 원래 10발이 있었는데, 꿩을 쏘고 난 나머지 3발이라고 한다. 우습다. 서로 웃는다. 이토 히로부미가 꿩보다는 훨씬 덩치가 크기에 더 죽이기에 어렵지 않다는 안중근의 웃음이 너무 재밌다.

지난 8월 29일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순종의 재가없이 몇 몇 망국의 쓰레기들에 의해 도둑맞은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의 치욕이 있었던 날이다. 그해 그 날에 그렇게 대한제국은 일제의 식민지로 되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과연 그날 그렇게 대한제국이 망국으로 된 것이 맞을까?

안중근 의사에게 대한제국은 훨씬 이전 러일전쟁 (1905년) 즈음하여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 이후로 보고 있다. 영토와 국민이 있으나, 주권을 빼앗겼기에 이미 나라는 망한것이다. 일제치하 조선총독부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통감부가 설치되면서 대한제국에 대한 내정간섭도 시작되었다. 또한 외교권으로 부터 시작하여 재정을 빼앗긴 후 2년 뒤에는 정미7조약으로 제국의 군사도 강제로 해체되는 등의 아픔을 통해 안 의사에게 통감부의 수장,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것은 가장 의미있으면서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형을 앞 둔 안의사는 막내동생 안공근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국이 독립된 후에 내 뼈를 한국으로 옮겨달라"라고. 그 전까지는 이토를 죽이고 나도 죽을테니 이를 유언으로 받아달라고...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는 독립운동을 했기에 1910년 이후에 활동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이미 대한제국은 1910년 훨씬 이전, 1905년에 이미 망하였기에 독립을 하고자 그런 일을 하신 안의사의 활동시기를 올바르게 알았으면 한다.

질문이 답변을 누르지 못할 정도로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 안중근의 의기스러움, 다시 한 번 느껴보고자 덮인 책을 다시 들어본다.

 

 
하얼빈(양장본 Hardcover)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저자
김훈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08.03